함흥차사 유래,태조 이성계를 설득하러간 함흥차사 박순과 무학대사 이야기

2015. 6. 2. 23:30

함흥차사 유래,태조 이성계를 설득하러간 함흥차사 박순과 무학대사 이야기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함흥차사

 


연이은 왕자의 난으로 이방원이 왕우에 오르자 태상왕이 된 태조는 형제간의 싸움에 실망하여 함흥으로 떠났다.


태종은 이성계를 모셔오기 위해 자주 차사를 보냈지만 이성계는 그때마다 화살을 쏘아 죽여 태종에 대한 노여움을 표현했다.


이후부터 한 번 가면 아무 소식 없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함흥차사"라 부르게 되었다.

 




태종은 자신 때문에 죄 없는 여러 사람이 죽자 더 이상 차사를 보내지 않았는데 판승추부사였던 박순이 자청하여 함흥으로 떠나겠다고 아뢰었다.


태종은 박순의 안위가 걱정되었지만 혹시나 싶어 그를 보내 주었다.


박순은 하인도 거느리지 않은 채 혼자 새끼가 딸린 어미 말을 타고 함흥에 갔다.

 

이윽고 태상왕이 있는 곳에 다다른 그는 일부러 새끼 말을 나무에 매어놓고 어미 말만 타고 갔다.


이때 태조는 측근 부하들과 함게 놀이를 구경하며 풍악 소리와 기생들의 춤에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있었다.

 








어미말과 새끼말과 함께 태조를 찾아간 간 박순




그런데 난데없는 말의 울음소리가 연회장 안을 뒤흔드는 것이 아닌가.


태상왕이 곁에 있는 신하에게 물었다.



"웬 말이 저렇게도 슬피 우느냐?듣기 거북하구나."



당황한 신하는 급히 달려 나가다 박순이 말의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박순은 울음소리를 멈추고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저기 건너편 정자 위에 계시는 분이 태상왕 전하이십니까?저는 지난날 태상왕을 모시던 박순이라는 사람입니다.


제가 뵙기를 청한다고 태상왕께 여쭈어 주시겠습니까?"

 


신하는 곧 태상왕에게 되돌아가 박순이 찾아온 것을 알렸다.


태상왕은 태종이 보낸 것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박순의 행색이 누추하다는 소리에 측은한 마음이 생겨 그를 데려오도록 했다.


박순은 하인 하나 없이 초라한 옷차림으로 태상왕을 뵈었다.


태상왕은 두 손으로 덥석 박순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공께서는 이제 벼슬을 그만두고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시는 구려."


 

"예.전하가 안 계시는 조정은 마치 텅 빈 집 같사옵고 신도 나이 들어 편히 쉬고 싶기에 그리하였습니디."

그 순간 갑자기 아까보다 몇 배는 더 구슬프고 소란스러운 말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직 어린 망아지를 존엄한 어전에 데려올 수 없어 밖에 두었더니 서로 떨어진 것이 슬퍼 우는 듯합니다.잠시 후 신이 떠나면 조용히질 것이오니 하잘것없는 짐승이라 할지라도 모자간에 서로 못 잊는 정을 생각하시어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박순의 말에 태상왕은 가슴 한구석이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태상왕 역시 신분을 떠나 자식을 그리워하는 한 사람의 아비였던것이다.

 

그 후 태상왕과 박순은 함게 지내며 장기 두는 일을 낙으로 삼았다.


그러던 어느 날 쥐 한 마리가 지붕 모퉁이에서 떨어졌다.


그 쥐는 새끼 두 마리를 꼭 껴안고 있었다.


이를 본 군사들이 죽이려하자 박순이 말리며 말했다.


 

"죽을 지경에 이르러서도 새끼들과 함께 도망치려 애쓰는 어미쥐의 모습이 참으로 불쌍합니다.

더욱이 이곳은 태상왕께서 계시는 곳이니 아무리 미룰이라도 죽이는 것은 금해야 할 줄 압니다."

 

"어미 쥐가 불쌍하다? 박 판추는 여전히 인정이 많으시구려."

 


태상왕은 무엇을 느꼈는지 장기판을 옆으로 치우고 생각에 잠겼다.


박순은 태상왕의 기색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전하.말과 같은 짐승도 어미와 새끼가 서로를 그리워하며 헤어져 있음을 슬퍼합니다.그리고 보셨다시피 어미 쥐도 새끼 쥐를 버리고 혼자 살겠더고 도망치지 않습니다.그런데 전하는 어찌하여 홀로 오셔서 나날을 보내시나이가?매일같이 북쪽 함흥 땅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금상은 왜 염두에 두지 않으십니까? 전하,언제까지 여기 계실 수는 없나이다."

 




박순은 간곡히 태상왕에게 한양으로 되돌아갈 것을 청하였다

.

태상왕도 박순의 진심어린 충언에 마음이 움직여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튿날 박순이 떠나자 태상왕을 모시는 신하들이박순도 죽여야 한다고 강권하기 시작했다.

 

박순을 죽이고 싶지 않았던 태상왕은 그가 강을 건넜으리라 믿고 "강을 건넜으면 내버려 두고 건너지 못하였으면 목을 가져오라."고 명하였다.


자객들은 서둘러 박순의 뒤를 따라갔다.


박순은 이제 막 용흥강에 도착해 배 위에 오르려는 중이었다.



이를 본 자객들은 지체 없이 박순을 잡아 목을 베고 말았다.

 

후세의 사람은 이와 같은 박순의 기막힌 사연을 다음과 같은 시구로 읊었다.

 

반은 강 속에 있고 반은 배 안에 있네.

 

박순마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태종의 근심은 더욱 깊어졌다.








또 다른 함흥차사 무학대사


 


그때 신하 한 사람이 나서서 무학 대사라면 능히 태상왕을 모셔올수 있을 거라고 함흥차사를 아뢰었다.

 

태종은 좋은 생각이다 싶어 무학에게 태상왕을 모셔와 달라고 부탁했다.


무학은 왕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함흥 땅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태상왕은 무학을 보자마자 크게 화를 냈다.

 

"방원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까?그렇다면 어서 돌아가십시오."

 

무학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옵니다,전하.전하를 모신 것이 몇 해인데 아직도 저를 모르십니까?저는 단지 전하를 위로하기 윈해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그제야 태상왕은 언짢은 기색을 풀고 무학을 반갑게 맞이했다.


무학은 태상왕과 함게 머무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태상왕을 찾아가 말했다.








한양으로 돌아가는 태조



 

"금상은 비록 큰 죄를 지었지만 유일하게 남은 전하의 자식입니다.금상마저 버리신다면 전하가 이룩해 놓은 대업은 누가 이어받겠나이까?남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일 아니옵니까?"


묵묵히 듣고 있던 태상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옳은 말씀입니다.왕사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태상왕은 두 달을 소요산에서 보낸 후에야 비로소 한양으로 향했다.


무학의 설득으로 돌아가긴 하지만 태종에 대한 원망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태종은 태상왕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교외까지 나가 맞이하려했다.


이때 하륜이 태종에게 아뢰었다.

 

 

"태상왕의 노여움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을 것입니다.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굵은 기둥을 세워 놓으십시오."

 

태종은 그렇게 하라 일렀고 하륜은 큰 나무를 베어 기둥으로 삼았다.

하륜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곤룡포를 입고 기다리는 태종의 모습을 본 태상오아이 갑자기 활을 당겨 백우전을 쏘았던 것이다.

 

태종은 다급히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화살은 탁소리와 함게 기둥에 꽂혔다.

참으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태상왕은 자신이 쏜 화살이 기둥에 박히자 이는 하늘의 뜻이라며 옥새를 태종에게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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